[종합] 졸속 강행 논란 속 ‘충돌’…파행 빚은 제2공항 환평협의회 ‘연기’

거센 주민 반대 속 환경영향평가협의회 ‘파행’
현장에서 두 차례 설득 시도했지만, 연기 결정

16일 서귀포시 성산읍 국민체육센터 운동장에 설치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협의회 회의장이 텅 비어있는 모습. 이날 협의회는 끝내 열리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피해지역 주민대표를 제외한 채 강행하면서 졸속 비판을 받고 있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협의회가 반대 단체와 충돌하며 파행을 빚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6일 오후 2시 30분쯤 서귀포시 성산읍 국민체육센터 운동장에서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시민사회의 반대로 연기 결정했다.

이날 환경영향평가협의회 회의는 애초 제2공항 건설사업 예정부지 인근인 성산읍 온평리 혼인지 주차장에서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온평리 측 반대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에도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며 결국 개최하지 못했다.

이날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와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등 단체는 피켓을 들고 성산국민체육센터 운동장에 설치된 천막 회의장 입구를 완전히 가로막고 섰다.

이들은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위원들이 도착해 천막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출입을 원천 봉쇄한 채 거세게 항의했다.

위원장을 맡은 고선애 제주도 환경정책과장이 두 차례에 걸쳐 설득에 나섰지만, 이들이 물러서지 않으면서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위원들은 버스 내 회의를 통해 연기를 결정했다. 

협의회 차원의 설득과 내부 회의가 진행되는 도중에는 제2공항 찬성 측 인원들과 반대 측 주민들이 격앙된 목소리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현장 도착 후 첫 번째 설득에 나선 도 관계자. ⓒ제주의소리

내부 논의를 거쳐 두 번째 설득에 나선 도 관계자. ⓒ제주의소리

설득 과정에서 박찬식 비상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주 분명히 이 일정대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그대로 일방 통보했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거부한다고도 밝혔는데 이대로 한 의도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고선애 위원장이 “그것은 타당한 이유가 아니다. 의견을 제시하려면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답변하자 “타당하냐 아니냐는 일방적으로 판단할 게 아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말고 공식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강원보 비상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도 “기자회견 이후 우리와 소통하려고 했나. 그런 시도도 없이 참여하지 않으면 그냥 하겠다는 자세 하니냐”라고 항의했다. 이에 고 위원장은 “다시 협의해서 진행하겠다”며 한발 물러섰고, 결국 협의회 회의을 열어 연기를 결정했다. 

환경영향평가협의회란 실질적인 환경영향평가에 돌입하기에 앞서 평가 항목이나 범위, 방법 등을 결정하는 절차다.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 위원 중 7명, 주민대표 찬성-반대 각 1명씩 2명, 공무원 3명, 기후환경영향평가협의회 2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됐다.

환경영향평가협의회 결과는 환경영향평가 준비서를 접수한 뒤 휴일을 제외하고 25일 이내 국토교통부 제주지방항공청에 통보해야 한다. 이에 제주도는 16일을 개최일로 지정했다. 

협의회 구성원 중 하나인 반대 단체는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절차를 서둘러 진행할 이유가 없다며 일방적, 졸속 협의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제주도는 “최대한 많은 위원이 참석할 수 있는 날”이라며 개최를 강행했고 결국 파행을 빚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이날 성산국민체육센터 운동장에 설치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천막 회의장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제주의소리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이날 성산국민체육센터 운동장에 설치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천막 회의장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이날 천막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비상도민회의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에 따라 이야기하자고 해도 이마저 거부당했다”며 “제주도가 이렇게 급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견문을 통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하수인 원희룡이 되살려 강행한 사업을 새 정부에서 다시 검토할 수 있도록 절차 중단을 요구했지만, 제주도는 의사를 완전히 무시하고 일방적, 졸속으로 강행하고 나섰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또 국토부가 제출한 준비서가 부실하다며 “보완 요구도 없이 평가협의회 일정을 서두르는 이유가 뭐냐”라며 “제주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사안이자 지역 최대 갈등현안인 제2공항을 그저 흔히 있는 일상적 사업 정도로 안이하게 생각하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격화될 갈등에 대한 모든 책임은 오영훈 제주도지사에게 있다”며 “오영훈 지사는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새 정부가 제2공항 사업을 재검토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강행을 방조한다면 분명한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회의를 위해 버스에 탑승 중인 관계자와 제2공항 반대 피켓을 든 성산읍 주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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