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없는, 난개발 없는, 전쟁과 폭력·차별 없는 세상 위한 ‘한 걸음들’

2025 제주생명평화대행진, 2일 제주시청 앞 평화문화제로 3박4일 마무리


2025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2일 평화문화제를 끝으로 3박 4일 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제주의소리

제주 섬을 조금 더 평화롭게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발걸음과 땀방울이 올해도 찬란하게 빛났다. 11회를 맞는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무더위 속에 3박 4일 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무리 지었다.

2일 오후 5시 30분이 지나자, 2025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의 종착지인 제주시청 민원실 앞 도로에는 북소리와 꽹과리 소리가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서귀포 강정마을에서 시작한 대행진의 행렬이 비로소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다. 

벌겋게 그을린 피부, 온몸에 흐르는 땀으로 가득한 참가자들의 얼굴에서 폭염 속 행진의 고됨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고단함이 역력했지만, 대장정을 무사히 마무리했다는 성취감과 안도감, 그리고 하나의 목적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연대감은 참가자들의 표정에 만연했다.

행진을 끝내고 모이는 사람들. ⓒ제주의소리

주최 측이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쉬고 있는 행진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올해 대행진은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3박 4일 동안 진행했다. 강정마을에서 시작해 안덕면→송악산→애월읍→제주시를 거치는 일정이다. 아침부터 해가 떨어질 때까지 길 위를 걷고, 밤이 되면 장기자랑 등으로 피로를 씻었다. 특히, 송악산과 알뜨르비행장 등 역사의 현장을 찾는 행사 속의 행사도 마련하면서 의미를 더했다. 

올해 대행진을 관통하는 주제는 ▲12.3 불법계엄에 맞선 시민의 저항과 연대의 광장을 잇는 생명과 평화 ▲제주해군기지와 제주제2공항 추진 과정의 기득권 동맹의 폭력에 맞선 민중의 자기결정권 실현 ▲모든 형태의 억압과 차별, 전쟁에 반대하며 전 세계 민중과의 연대 등으로 정했다.

대행진을 마무리하는 이날 평화문화제는 이러한 주제에 공감하는 저마다의 정성들이 모인 자리였다. 

3박 4일 전체 일정을 동행하거나 혹은 생업 등 다른 이유로 마지막 날 하루나 오후만 합류한 사람들, 부득이 평화문화제 자리라도 참여하며 마음을 보탠 이들, 지친 참가자를 위해 정성껏 떡볶이를 만들고 얼린 생수를 준비한 주최 측, 유종의 미를 위해 무더운 야외 활동을 기꺼이 감수한 제주생명평화풍물단(볍씨학교, 신나락, 하나아트, 마로, 정낭, 뺄라지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날씨에 방송 중계 장비를 다룬 제작진과 찬조공연자까지, 모두 마음은 같았다.

대행진 마지막날인 2일에도 제주에는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제주의소리

행진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주최 측이 준비한 떡볶이 ⓒ제주의소리

제주생명평화풍물단 ⓒ제주의소리

영상 스탭들 ⓒ제주의소리

공연단체 마로가 행진 참가자들을 위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환하게 미소 짓는 행진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환하게 미소 짓는 행진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미소 지으며 기념 사진을 찍는 행진 참가자. ⓒ제주의소리

찬조 공연을 선보인 기운찬 군이 좌석 가운데로 뛰자 참가자들이 반기고 있다. ⓒ제주의소리

평화문화제는 2025 제주생명평화대행진 홍기룡 단장의 개회선언, 대행진 영상 상영, 이영웅 2025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조직위원장의 발언, 대만·광주·제주 참가자 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중간 중간 모레도토요일, 아이씨밴드, 기운찬 군, 임정득의 공연도 열렸다.

단상에 올라 소감을 밝힌 사람들 모두 ‘연대’의 가치를 몸소 보여준 참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가 내년에 다시 모이기 전까지 보다 생명다운, 보다 평화로운 제주를 만드는데 함께 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영웅 위원장은 제주 제2공항이 사업 타당성과 주민 수용성에 있어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오늘 끝나고 돌아가도 제2공항 문제, 제주의 현안 문제를 많이 공유하고 알리고, 제2공항저지비상도민회의 활동을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만에서 온 조이는 “강정과 제주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계속 평화의 길을 같이 가자”고 소감을 밝혔고, 광주광역시에서 온 홍현희는 “올해 3년차로 참여했다. 2년 동안 혼자 왔고 올해는 식구들을 몰고 왔다. 앞으로 10년만 더 대행진을 열어달라”고 말해 많은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영웅 위원장 ⓒ제주의소리

모레도토요일 ⓒ제주의소리

아이씨밴드 ⓒ제주의소리

제주, 광주, 대만 참가자의 발언 순서 ⓒ제주의소리

가수 임정득 ⓒ제주의소리

행진 참가자들이 공연에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민 김경희는 “강정의 해군기지가 폐쇄될 때까지, 성산의 제2공항이 백지화될 때까지, 알뜨르와 송악산이 더 이상 위협 받지 않을 때까지, 노동이 존중되는 평등사회를 향해서 우리의 평화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자. 함께 한 3박 4일이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남겼다.

홍기룡 단장은 “우리가 걸으면서 했던 것은 바로 약속이었다. 차별 없는 세상, 평등한 세상, 전쟁 없는 세상, 폭력 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 나아가 난개발에 맞서 당당하게 제주와 한반도를 지켜내자고 우리는 다짐하며 약속했다”며 “여러분과 한 가지 더 약속하고 싶다. 어디에서든지 꼭 다시 만나고 싶다. 다시 만나기를 기약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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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신공항 조속 추진, 갈등과 혼란만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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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우리가 살아갈 제주”…국경·세대 넘어선 평화의 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