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류 유인시설과 전면전...제주 제2공항 ‘최악의 조건’
국토부, 항공안전 혁신 방안 발표
공항 13km 이내 조류 원천 차단
정부가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를 계기로 조류 충돌 요인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제주 제2공항 건설 후보지 논쟁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국토교통부는 조류 충돌을 포함한 전국 공항의 안전성 감독 강화와 안전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항공안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은 지난해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12.29 여객기 참사로 불거진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항공 안전체계를 근본적으로 쇄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 중에서도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 종류 충돌 문제에 대응해 첨단 장비 투입과 주변 유인 시설에 대한 기준 강화 등 가장 많은 대책이 제시됐다.
정부는 항공기 안전을 위해 조류유인시설 관리구역을 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 기준인 공항 반경 13km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법 개정에서 나설 방침이다.
현행 공항시설법 제56조와 시행규칙 제47조에 따라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공항 반경 3km 이내는 양돈장과 과수원, 8km 이내는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을 금지하고 있다.
법령이 개정되면 반경 13km 이내 조류를 유인할 수 있는 각종 시설의 설치가 제한된다. 해당 구역 내 조류보호구역 지정도 사실상 어려워진다.
정부는 더 나아가 각 지방자치단체와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해당 구역 내 농경지를 갈아엎고, 사유지 내 조류서식환경 제거 활동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제주 제2공항의 경우 후보지 3km 반경에 신산리와 오조리, 8km 반경에는 종달리와 신천리, 13km 반경에는 하도리 철새도래지가 위치해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확인된 조류만 172종, 6만 마리에 달한다. 국토부는 이중 국내 공항에서 항공기 충돌이 확인된 39종에 관해서만 충돌 위험성 평가를 실시했다.
이에 부실 평가 논란을 야기한 국토부가 이번에는 환경부를 통해 반경 13km 출현종과 규모, 이동현황, 분포, 서식지 등을 전수조사하는 방안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더 큰 문제는 양식장이다. 제2공항 후보지 반경 13km 이내에는 149곳의 양식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 곳은 다른 시설과 견주어 조류 유인 요소가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정부는 조류 유인 시설에 대해서는 협의매수 방안을 제시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조처다. 막대한 보상비와 함께 도내 1차산업 수산양식 분야의 타격까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 중인 제주공항에 대해서는 2026년부터 실시설계를 거쳐 조류탐지용 레이더와 드론을 도입하기로 했다. 조류 분석과 기피제를 탑재한 인공지능(AI) 드론까지 투입한다.
조류 퇴치 전담인력도 현행 2명에서 4명으로 확충한다. 열화상 카메라와 중대형 조류 대응을 위한 음파발생기도 도입하기로 했다. 공항 주변에 조류 감시용 CCTV도 설치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번 혁신안에 반영된 여러 개선 과제들을 빠른 시일 내 제도화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내 항공안전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