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조류 충돌 위험성 확인...전면 재검토하라"
비상도민회의 환경조사위, 제1차 조류조사 결과 공개
"국토부 제시 조류충돌 위험성 판단.대책 부실조사로 확인"
"해안가-내륙습지 이동 빈번...항공기 진.출입로에 집단 서식"
29일 열린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1차 조류조사 결과 공개 기자회견. ⓒ헤드라인제주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이 추진되는 서귀포시 성산읍 예정지에 대한 조류 조사 결과, 항공기 운항 과정의 조류 충돌 위험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2공항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환경조사위원회는 29일 오전 민주노총 제주본부 대회의실에서 성산읍 제2공항 예정지에서 진행했던 제1차 조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비상도민회의 환경조사위원회 주관으로 지난 2월4일부터 3월16일까지 조류 유인시설인 육상양식장 배출수 주변 25곳을 선정해 실시됐다.
배출수 주변에 모여드는 새들의 개체수 및 이동특성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비상도민회의는 이번 조사 결과 △새들이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고, 60m 이하로 비행 △육상 양식장 배출수 필터 강화 등을 통해 조류 유인을 차단하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주장이 매우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조사를 통해 육상 양식장이 다른 어떤 시설들 보다 조류유인 요소가 강하다는 것과, 13km 반경내 149곳의 양식장을 이전하지 않는 이상 제2공항은 입지적으로 조류충돌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송당저수지에 머무르고 있는 오리류들의 모습. 사진=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도민회의는 "새들이 주간에는 양식장 배출수를 따라 해안 여기저기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야간에는 새의 종류에 따라 다른 양태를 보였다"며 "가마우지과 새들은 일출봉 방향으로 가장 먼저 이동하고, 갈매기과 새들은 평평한 모래사장이나, 평평한 빌레바위가 있는 종달해안이나 신산해안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리과 새들이 가장 많았는데, 완전히 어두워진 후 내륙습지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며 "설령 새들이 해안을 다라서만 움직인다고 해도, 항공기 이착륙 지점인 신산해안 진입표면을 사이아 두고 수많은 육상양식장이 있어 이동이 빈번하며, 항공기 비행고도가 매우 낮아 조류충돌 위험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또 "오리과들은 야간에 천척을 피해 안정적인 휴식처를 찾기 위해 내륙습지까지 비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제2공항 반경 8km와 10km 떨어진 성읍저수지와 송당저수지에는 1000마리 규모의 오리과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들이 평균 60 이하로 난다는 것은 거짓"이라며 "평상시에는 낮게 날지만, 매나 고양이 등 천적의 습격이 예상되면 높이 날아오르는 양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활주로 이착륙 구간 해안가에 떠오른 조류들의 모습. 사진=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29일 열린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1차 조류조사 결과 공개 기자회견. ⓒ헤드라인제주
도민회의는 "소음이나 진동이 발생할 때도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모습을 확인했다"며 "차로 지나가면서 조류의 개체수를 새는 정도로 새들의 행동특성을 공항 건설에 유리하도록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조사에서 항공기 80%가 이착륙하는 것으로 계획된 신산해안에서 집단적으로 날아올라 선회비행하는 갈매기과 새들의 모습이 포착됐다"고 지적했다.
또 "양식장 배출수로 거르는 필터를 촘촘한 것으로 쓰면 양식장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국토부의 주장은 공공기관으로 체면도 팽개친 조악하고 유치한 주장"이라며 "그렇다면 왜 육상양식장을 조류유인시설로 지정해 제한하는 것이 필요한지 반문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새들이 먹이활동을 위해 모이지만, 유인 요인은 냄새"라며 "냄새까지 제거할 수 없기에 조류유인시설로 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1차 조류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는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홍영철 환경조사위원장. ⓒ헤드라인제주
도민회의는 "몇 달이 지나지 않았다. 국토부는 무안공항 참사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도 없이 적자공항을 유지한 채 불필요한 신공항 계획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무안공항 참사 이후 공항 정책 변화를 기대했지만, 조류충돌을 1순위 요인으로 결론내면서도, 해결책은 레이더와 드론이 전부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안공항 참사도 레이더에 조류충돌 위험이 감지돼 경고했지만, 충돌을 피하진 못했다"며 "국토부가 일말의 반성이 있었다면, 이런 후안무치한, 있으나 마나한 대토론회를 열지 않았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새들을 과별로 나누어 주요 먹이와 서식지, 이동특성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라며 "이미 성산 지역에서 오랫동안 새들을 관찰해 온 지역주민들과 활동가들의 자료를 기반으로 내륙습지와 해안습지와의 상관관계도 조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성없이 제2공항을 비롯한 불필요한 공항들을 만들려는 국토부에 엄중히 경고한다"며 "새들의 서식처를 파괴하고, 사람마저 위험에 빠뜨리는 전국의 신공항 건설 계획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정한 성찰에 따른 정책 전환이 없다면, 새 정부에 가장 먼저 국토부를 해체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29일 열린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1차 조류조사 결과 공개 기자회견.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