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따라 널뛴 ‘제주 제2공항’...엇갈린 기대 속 이재명 정부 향방은?

[이재명과 제주] ② 제2공항...이 대통령 '신중론-원칙론' 고수, 갈등 해법 관건

대한민국과 제주의 선택은 이재명이었다.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했고, 제주 역시 정권 교체의 바람 속 일대 변혁을 마주하게 됐다.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새정부가 출범하며 변화의 속도는 더욱 가파를 전망이다. 제주 제2공항, 제주 신항만,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4.3의 완전한 해결, 미래산업 재편까지. [제주의소리]는 제주를 둘러싼 과제가 산적한 시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방향성이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과 파급력을 분석하고, 주요 과제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제주를 둘러싼 현안은 다양하지만 '제주 제2공항'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슈로 꼽힌다. 사업의 규모를 차치하더라도, 찬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며 확산된 갈등은 제주사에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이대로라면 사업이 정상 추진되든, 멈춰서든, 거센 후폭풍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재명 새 정부가 들어서며 제2공항이 다시 한번 변곡점을 맞게될 지 초미의 관심사다. 국책사업인 제2공항은 그간 정부의 성격과 방침에 따라 널을 뛰었던 탓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급물살을 탄 제2공항 사업은 2015년 입지 예정지로 서귀포시 성산읍이 선정됐고, 2017년 바뀐 문재인 정권 초기에도 예정대로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내 전략환경영향평가 부실 논란 등이 겹치며 2021년 7월 환경부가 반려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도민 수용성이 우선"이라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였다.

멈춰섰던 제2공항 사업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동력을 찾았다. 후보 시절 '조속한 제2공항 착공'을 제주 핵심공약으로 제시했던 윤 전 대통령은 제주도지사 출신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앞세워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용역'을 통해 3년만에 결과를 뒤집었다. 이는 곧 정부의 판단은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제2공항과 관련한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제주의소리]를 비롯한 지역 언론4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지역문제의 결정권은 해당 지역주민들이 갖는 것인데, 이 문제에 대해 국가기관 간 의견 일치도 쉽지 않고, 해당 지역주민들 간에도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만큼 여론이 팽팽한 상태"라며 "이런 때일수록 신속한 결정보다는 신중한 결정이 더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특히 "제주 경제나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주민의견 수렴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객관적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고 많은 토론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즉, 일방적인 강행보다는 도민 의견과 절차적 정당성을 고려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이었다. 당시 제2공항 사업이 환경부에 의해 멈춰선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질적인 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 기간 중에도 제2공항과 관련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재명 제주선대위에서 활동한 책임있는 관계자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은 것은 순리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제2공항 신속 추진'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보수정당의 후보와는 상반된 행보였다.

다만, 이 대통령의 의중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은 간헐적으로 표출됐다. 

지난달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사회 분야 대선 토론회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 중 이재명 후보를 지목해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신공항 사업을 문제삼았다.

기후 난개발로 인해 대한민국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제주 제2공항을 비롯한 부산 가덕도 신공항, 새만금신공항 등을 확충하는 것이 적정하냐는 지적이었다. 특히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으로 조류충돌이 지목됐는데, 무안국제공항보다 위험성이 더 높은 신공항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이 대통령은 "여러가지 논란도 있지만, 오로지 경제적 요인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정치적 요인도 분명 있다"며 "만약 가덕도 신공항을 취소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국토균형발전이라고 하는 전략적 목표, 지역소외, 정치적 혼란 등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보완해가면서 진행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가덕도 신공항을 염두에 둔 답변이었다고 해도, 질문에 제주 제2공항이 포함됐음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또 민주당 캠프는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제2공항 건설계획 도민결정권 실현'을 요구한 정책 제안에 "국토교통부 고시 이후 환경영향평가가 진행중인 상황이다. 환경영향평가를 객관적으로 진행하고, 도민의견 수렴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도민결정권 실현'의 방식을 환경영향평가에 국한시킨 기존 정부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명확한 입장이 없다보니 이재명 정부에 대한 평가 역시 '동상이몽'이다. 제2공항 찬반 단체들은 이재명 정부의 출범을 축하하면서 정반대의 기대감을 표했다.

제주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회는 4일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며 제2공항의 조속한 착공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제2공항 건설만이 10년째 빚어온 갈등을 마감하는 길"이라며 "제2공항 건설로 침체된 제주경제를 살리고 제주의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국토를 유린하며 추진한 각종 반생태적 개발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로, 제2공항 건설사업도 대표적인 사례"라며 "전임 정부에서 사실상 폐기됐던 제2공항 사업을 윤석열 정부가 되살려 강행한 과정을 점검하고, 제주도민의 의견을 수렴해 도민 뜻에 따라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제2공항의 향방은 기본계획과 환경영향평가 절차 등을 통한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뚜렷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 현 상황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실질적인 조정과 책임 있는 결정이 없는 한 제2공항 논란은 다시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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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속 제주 제2공항 추진은 모순, 문제 외면 말아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