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제2공항 반대하는 제주 도민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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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제주 제2공항 백지화 10년 투쟁 제주도민 결의대회 열려... '도민 결정권 보장' 촉구

▲ 11월 15일 제주 시청 민원실 앞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백지화 10년 투쟁 제주도민 결의대회'에서 강원보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 임병도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이 발표된 2015년 11월 10일부터 10년이 흐른 가운데, 제주도민들은 제주시청 앞에서 '제주 제2공항 백지화 10년 투쟁 제주도민 결의대회'를 열고 공항 강행 저지 의지를 재차 다졌습니다.

참가자들은 10년간의 끈질긴 투쟁으로 상황의 변화를 이끌어냈으며, 마침내 사업 백지화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날 대회사를 맡은 강원보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10년간의 투쟁이 남긴 아픔을 먼저 토로했습니다. 강 위원장은 "10년 전 활동적이셨던 70대 중후반의 지역 주민들은 이제 80대 중후반이 되어 이미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고, 걷기도 힘든 몸으로 이 자리에 나오신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기습 발표 당시 어안이 벙벙했지만, 마을 별로 대책위를 꾸리고 싸움을 시작했을 때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손을 잡아주셨다"면서 "여러분이 계셨기에 이 싸움은 외롭지 않았고 끈질기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문재인 정부에서 도민 공론화와 환경부의 전략 환경영향평가 반려 등 승리의 경험을 언급하며, "온갖 거짓과 부실 조작이 확인되었기에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고 강조했습니다.

10년 투쟁 끝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다

▲ 11월 15일 제주 시청 민원실 앞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백지화 10년 투쟁 제주도민 결의대회'에서 도민들이 "공항말고 공존"이라고 적힌 천을 들고 있다. © 임병도

참가자들은 10년 투쟁 끝에 정부 내부에서도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 상황이 사업 백지화를 위한 결정적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확신했습니다.

발언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의 사업 추진 의지가 예전만큼 강하지 않으며, 대통령실에서도 "돈 먹는 하마가 될 게 뻔한 지역 신공항 건설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은 중점 갈등 관리 대상으로 지정된 상황입니다. 

여기에 사업의 핵심 쟁점인 항공 수요 예측의 오류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초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예측된 2025년 제주 항공 수요는 3,939만 명이었으나, 지난해 실제 이용객은 2,962만 명으로 약 천만 명 가까이 차이가 났습니다. 반대 도민은 "제2공항이 개항하면 적자 공항이 되어 매년 국민의 혈세 수백억 원을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강 위원장은 "반대 여론이 우세한 제2공항은 정부가 지금의 입장을 진정성 있게 유지한다면 1순위로 백지화될 것이라고 확신한"면서도 "그러나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앞으로 1년, 길어도 2년 안에 결판이 날 것 같다. 10년을 싸워 왔는데 그깟 1~2년 더 못 싸우겠습니까"라고 호소하며, 끝까지 힘을 모아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제2공항은 무한보다 조류 충돌 위험성 높다는데..." 

▲ 11월 15일 제주 시청 민원실 앞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백지화 10년 투쟁 제주도민 결의대회'에서 무안공항 참사 유가족이 발언하고 있다. © 임병도

이날 대회에는 무안공항 참사로 부모님을 잃은 유가족 고아무개 씨가 참석하여 안전 문제를 강력히 제기했습니다. 고 씨는 비행기를 타지 못해 서울에서 운전해 배를 타고 제주에 왔다고 밝히며, 딸과 함께 새별오름과 용눈이오름을 다녀온 소회를 전했습니다.

고 씨는 "오름에서 넓은 경치를 보고 너무 좋아하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이건 지켜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무안공항 사고는 조류 충돌로 발생했는데, 제주 제2공항은 무안공항보다 조류 충돌의 위험성이 많게는 몇 백 배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고 씨는 "항공 관계자들이 '비행기 사고는 번개에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말하지만, 사고는 실제로 발생했다"며 "사고가 난다면 우리 유가족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제주도에 사시는 모든 분들의 생명과 생존이 걸려 있다. 그렇기에 입지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제2공항은 반드시 백지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도민결의대회에는 최근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을 이끌어낸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의 김지은 공동집행위원장도 참석하여 연대 발언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새만금 신공항 투쟁의 승소 배경으로 제주와의 연대가 큰 힘이 되었음을 언급하며, "새만금 신공항은 조류 충돌 위험도가 압도적으로 치명적"이라며 "새만금 신공항을 막아내지 못하면 제주 제2공항도, 가덕도 신공항도 뚫릴 것이기 때문에 승소가 더더욱 기뻤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절망하지 않고 싸움을 이어오는 제주 동지들이 정말 멋지다. 싸워야 할 때 진심과 최선을 다해 함께 싸우는 동지들이 있는 한 우리는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며, "제주 제2공항도 막아내고, 가덕도 신공항도 막아내고, 새만금 신공항까지 싹 다 막아내자"라고 강력한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참가자들 "오 지사, 도민과의 약속을 배반하고,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 11월 15일 제주 시청 민원실 앞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백지화 10년 투쟁 제주도민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제2공항 백지화', '도민이 결정한다'라고 적혀있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 임병도

이날 대회에서는 제2공항을 발표한 박근혜 정부와 강행한 윤석열 정부는 물론, 민주당 소속의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향한 비판도 쏟아졌습니다.

참가자들은 "오영훈 도정 역시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은커녕 도민결정권을 실현하겠다던 도민과의 약속을 배반하고, 제2공항 건설을 전제로 한 상생용역 추진으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에서 "이재명 정부는 제2공항 사업의 필요성과 입지타당성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고, '국민주권정부' 의 원칙에 따라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라"면서 "오영훈 도지사는 제2공항 연계 상생발전 용역을 즉각 중단하고, 주민투표 등 도민결정권 공약을 이행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또한 "도민을 대의하겠다는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절대다수 도민이 요구하는 도민결정권 실현을 약속하고 실행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아울러 "절대다수 도민의 도민결정권 요구를 거부하는 모든 정치집단과 정치인을 심판할 것을 결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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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참사 유가족의 간곡한 호소 “제2공항, 모든 제주도민 생존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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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만 남은 제2공항 갈등 10년, 해법은 ‘도민 결정권’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