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참사 유가족의 간곡한 호소 “제2공항, 모든 제주도민 생존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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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백지화 10년 투쟁 도민 결의대회 15일 개최
“바람이 바뀌었다...제주 제2공항 백지화 곧 결판” 결의 

‘제주 제2공항 백지화 10년 투쟁 제주도민 결의대회’가 15일(토) 오후 6시 제주시청 민원실 앞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179명이 숨진 항공사고, ‘무안공항 참사’의 유가족이 제주도민들에게 간곡히 당부했다. 무안공항 참사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조류 충돌이 꼽히는 상황에서, 조류 충돌 우려가 매우 높은 제주 제2공항은 모든 제주도민들의 생명과 생존에 직결된 문제라고 호소했다.

‘제주 제2공항 백지화 10년 투쟁 제주도민 결의대회’가 15일(토) 오후 6시 제주시청 민원실 앞에서 열렸다. 이날 결의대회는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와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가 함께 마련했다.

올해 11월 10일은 제주 제2공항 입지와 건설 방안이 발표된 지 10년이 되는 해다. 박근혜 정부에서 입지를 발표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최종 반려됐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조건부 동의로 뒤집혔다. 제2공항 건설 사업은 현재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에 있으며, 내년 중순에 결과가 나오고 나서 도의회 심의 절차를 거쳐 판가름날 예정이다.

이날 결의대회는 2015년 11월 10일부터 이어온 10년 간의 투쟁을 되돌아보며 격려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투쟁이 10년 동안 이어지면서 아직 팔팔했던 40대가 반백 살이 되고, 누군가는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제2공항 사업에 종지부를 찍을 머지않은 순간까지 힘을 모으자고 다짐했다.

강원보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박근혜 정부가 제2공항 예정지를 기습 발표했을 때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했다. 어렵게 마을 별로 대책위를 꾸리고 싸움을 시작했지만 막막하기만 했다. 바로 그때 손을 잡아주신 분들이 바로 여기 계신 여러분과 도민들이다. 여러분들이 함께 해줘서 이 싸움은 외롭지 않았고 끈질기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보냈다.

강원보 위원장은 “이제 제2공항 싸움은 종국을 향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원보 위원장 ⓒ제주의소리

결의대회 현장 ⓒ제주의소리

그는 “환경영향평가가 시행되고 있지만, 국토부의 추진 의지는 예전만큼 강하지 않다. 대통령실에서도 밥 먹는 하마가 될 것이 뻔한 지역 신공항 건설에 우려의 목소리는 내기 시작했다. 특히, 제주 제2공항은 중점 갈등 관리 대상으로 지정됐다. 분명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반대 여론이 우세한 제2공항은 정부가 지금의 입장을 진정성 있게 유지한다면 1순위로 백지화될 것이 확신하다. 그러나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지금까지 우리가 10년 동안 지치지 않고 싸워왔기에 정부도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며 “정부를 믿고 알아서 하라고 맡겨둘 수는 없다. 당장 오영훈 지사는 제2공항 추진에 방향을 찍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투쟁심을 강조했다.

강원보 위원장은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 앞으로 1년, 길어도 2년 안에 결판이 날 것 같다. 십 년을 싸워 왔는데 그깟 1~2년 더 못 싸우겠느냐. 제2공항을 반드시 백지화하는 그날까지 조금 만 더 힘을 모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제2공항 반대 투쟁에 연대하는 의미있는 인사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무안공항 참사 유가족 K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제주의소리

지난 해 12월 발생한 무안공항 참사로 부모를 모두 잃은 유가족 K씨도 현장을 찾았다. K씨는 자녀와 함께 제주에서 한 달 살이를 계획하던 중, 결의대회 소식을 듣고 참석했으며 현장 발언까지 나섰다.

그는 “이제 비행기를 타지 못해 서울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배를 타고 제주에 왔다. 제주에 온 지 2주 정도 되는데, 다음 주면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딸이 있다. 딸과 새별오름, 용눈이오름을 다녀왔다. 오름을 오르면서 아이가 힘들어 칭얼거릴 줄 알았는데, 정상에 올라 넓은 경치를 보고 너무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건 지켜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가지게 됐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또한 “무안공항 사고는 조류 충돌로 발생했는데, 제주 제2공항은 무안공항보다 조류 충돌의 위험성이 많게는 몇 백 배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사나 공항 관계자들은 늘 똑같이 말한다. 비행기 사고가 날 확률은 번개에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그런데 사고가 실제로 났다”며 “우리 유가족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만약 제2공항이 건설돼) 사고가 난다면 제주도에 사는 모든 분들의 생명과 생존이 걸려 있다. 그렇기에 때문에 입지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제2공항은 반드시 백지화돼야 한다”고 밝혀 참가자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최근 새만금 신공항 사업이 법원의 판결로 제동이 걸린 가운데, 결의대회에는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김지은 공동집행위원장도 참여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김지은 공동집행위원장 ⓒ제주의소리

김지은 위원장은 “이번 소송은 우리가 꼭 이기고 싶었고, 반드시 이겨야만 했다. 여러 중요한 이유가 있지만 새만금 신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도가 압도적으로, 치명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만금 신공항을 막아내지 못하면 제주 제2공항도, 가덕도 신공항도 뚫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소가 더더욱 기뻤다”고 밝혔다.

김지은 위원장은 “절망하지 않고 싸움을 이어오는 제주 동지들이 정말 멋지다. 싸워야 할 때 진심과 최선을 다해서 함께 싸우는 동지들이 있는 한 우리는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며 “서로 고생한다고 말해주고, 서로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서로 미워하지 말고 서로 사랑하면서, 서로 고마워하는 마음 끌어안고 끝까지 기운내서 이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제주 제2공항도 막아내고 가덕도 신공항도 막아내고 새만금 신공항까지 싹 막아내자”고 밝혔다.

결의대회에서는 시인 김경훈이 10년 투쟁에 대한 창작 시를 낭독했고, 가수 김영태·오지은이 공연을 선보이며 박수를 받았다.

김경훈 시인 ⓒ제주의소리

이제 일상의 평화를 이야기 하자
- 제주 제2공항 백지화 10년 투쟁 제주도민 결의대회에 부쳐

김경훈

이제 제2공항 반대싸움 결단코 이겨내자
이기는 싸움 이겨 버릇해야
종국적으로 반드시 이긴다

백지화를 쟁취하고
두 이레 열 나흘 쯤 거나하게 잔치를 벌인 다음
일상의 평화로 돌아가자

저녁의 식탁에는 
향후 투쟁의 전망 대신
은쟁반에 모시수건 청포도를 마련하자

벗들의 술상에는
당면한 투쟁 계획 대신
별 헤는 밤 추억과 사랑을 이야기하자

모두의 차담회에는
투쟁의 평가와 비판 대신
한라영산 진달래꽃을 노래하자

그러면서 우리는 또 다시
제주다움을 이야기하자
제주의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자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지금은 다소 부족한
다른 곳과의 연대를 이야기하자

다른 지역의 공항싸움들
그리고 더 멀리 미얀마의 민주화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이야기하자

우리의 평화가 세계인의 일상이 되도록
우리는 절실하게 이겨내자
이제 끝장내자!

결의대회 현장 ⓒ제주의소리

결의대회 현장 ⓒ제주의소리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참가자 일동이 결의문을 낭독하며 마지막까지 투쟁할 것을 각오했다. 결의문에서는 “우리는 도민의 뜻을 모아 다시 한번 분명하게 요구한다. 이재명 정부는 제2공항 사업의 필요성과 입지타당성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고, ‘국민주권정부’의 원칙에 따라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라”고 밝혔다.

오영훈 도지사와 제주지역 정치권을 향해서는 “제2공항 연계 상생발전 용역을 즉각 중단하고, 주민투표 등 도민결정권 공약을 이행하라. 도민을 대의하겠다는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절대다수 도민이 요구하는 도민결정권 실현을 약속하고 실행하라”면서 “우리는 도민의 뜻을 거스르거나 외면하는 정치집단과 정치인에게는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가자들은 “우리는 지난 10년 제2공항 건설사업의 진실을 하나하나 파헤치며 도민과 함께 싸워왔다. 이제 마지막 결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지난 10년의 투쟁을 기반으로 도민을 믿고 제2공항 백지화를 위해 혼들림없이 싸워나갈 것이다.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제2공항 백지화 그날까지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의대회 현장 ⓒ제주의소리

결의대회 현장 ⓒ제주의소리

이날 결의대회는 행진을 끝으로 마무리 됐다. ⓒ제주의소리

[전문] 도민이 결정한다! 제주 제2공항 백지화 10년 투쟁 제주도민 결의대회 참가자 결의문

10년이 흘렀다. 그사이에 정권이 세 번 바뀌었다. 2025년 개항을 목표로 했지만, 여전히 제 자리다. 공항 예정지 한복판 숨골 밭에는 10년째 무 농사가 이어진다. 대수산봉, 독자봉 오름들도 제 모습을 지키고 있다. 예정지 주변 철새도래지에는 작년에 왔던 새들이 다시 찾아와 월동 준비가 한창이다.

10년 투쟁의 결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당초 제2공항 건설을 지지했던 도민 여론은 크게 변했다. 제주에 두 개의 공항은 필요 없다는 도민 의견이 높다. 특히 제2공항 건설 여부는 제주도민이 직접 판단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절대적이다. 제주가 가야 할 길은 개발과 성장이 아니라 보전과 지속가능성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티며 제주를 지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땅에서 쫓겨나지 않겠다는 단결된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 아이들, 미래 세대에 부끄럽지 않으려는 결기가 있었다. 그리고 제주가 사라지고, 우리의 생명선이 무너지는 일은 절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하지만 마을주민의 10년 투쟁과 지역사회의 도민결정권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책사업이라는 명분 하나로 사업을 강행해 왔다. 환경부의 반려 결정도 번복하며 재추진한 윤석열 정권의 '내란표' 국책사업이 바로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 이다. 내란을 이겨낸 광장투쟁에 힘입어 집권한 이재명 정부는 달라야 한다. 그런데 기본설계와 환경영향평가 절차는 그대로 진행 중이다. 오영훈 도정 역시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은커녕 도민결정권을 실현하겠다던 도민과의 약속을 배반하고, 제2공항 건설을 전제로 한 상생용역 추진으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10년이 흘렀지만, 제2공항 계획에 대한 도민사회의 의문은 여전하다. 계속 늘어날 것이라던 항공수요 예측은 완전히 빗나가고 있다. 조류충돌 위험과 숨골과 오름 등 자연환경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공항을 지어서는 안될 곳이라는 점도 명백하다. 혈세 낭비는 물론이거니와 제주의 환경을 파괴하고 국민의 안전마저 위협하는 일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기후 · 생태위기 시대에 제주의 미래를 망치는 난개발 사업이다. 도민사회는 제2공항에 대해 제기된 문제를 철저히 검증하고, 제주도민이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도민의 뜻을 모아 다시 한번 분명하게 요구한다. 이재명 정부는 제2공항 사업의 필요성과 입지타당성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고, '국민주권정부' 의 원칙에 따라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라! 오영훈 도지사는 제2공항 연계 상생발전 용역을 즉각 중단하고, 주민투표 등 도민결정권 공약을 이행하라! 도민을 대의하겠다는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절대다수 도민이 요구하는 도민결정권 실현을 약속하고 실행하라!

우리는 도민의 뜻을 거스르거나 외면하는 정치집단과 정치인에게는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 10년 제2공항 건설사업의 진실을 하나하나 파헤치며 도민과 함께 싸워왔다. 이제 마지막 결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지난 10년의 투쟁을 기반으로 도민을 믿고 제2공항 백지화를 위해 혼들림없이 싸워나갈 것이다.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제2공항 백지화 그날까지 이제 다시 시작이다.

하나, 우리는 제주 제2공항에 대한 도민결정권을 쟁취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제주의 자연, 제주의 공동체, 제주의 미래를 망치는 제2공항을 반드시 막아낼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절대다수 도민의 도민결정권 요구를 거부하는 모든 정치집단과 정치인을 심판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제2공항 백지화의 그날까지 도민과 함께 단호하게 투쟁해 나갈 것을 결의한다!

2025년 11월 15일

제주 제2공항 백지화 10년 투쟁 제주도민 결의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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