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항공수요 ... "제주 제2공항, 열자마자 유령공항 될 것"
제2공항 반대측, 인구 고령화 등 반영한 항공수요 내놔
2050년 2480만명까지 감소 ... 국토부 예측과 큰 차이
제주 제2공항 조감도.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의 항공수요가 앞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제2공항이 만들어지더라도 사실상 텅 빈 상태로 운영되는 '유령공항'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16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 제2공항의 수요예측은 엉터리"라며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제2공항은 백지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는 제주의 미래 항공수요다.
국토부는 앞서 2014년 제주의 항공수요를 조사했고, 이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다음해인 2015년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사업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에서 2020년 3211만 명, 2025년 3940만 명, 2055년 4557만 명 등으로 항공수요를 예측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지난 2023년 제주공항의 항공 수요는 2894만 명, 2024년에는 2935만 명 선에 그치면서 3000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국토부가 394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봤던 올해도 2800만 명에서 2900만 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가 당초 예측했던 3940만 명보다 1000만 명 이상 적은 수치다.
국토부는 2015년 첫 발표 이후 2016년 제2공항 예비타당성 조사에선 2055년 예측치를 4047만 명으로, 또 지난 2023년 이뤄진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에선 3970만 명으로 미래 항공수요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지만, 이 역시 실제 항공수요와는 괴리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비상도민회의는 현재의 저출생과 인구 고령화 등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할 경우 2050년 항공수요가 2480만 명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비상도민회의에 따르면 국토부의 항공수요 예측 과정에서 고령화 변수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선 환경부에서도 지적이 있었지만, 국토부는 "연령구조에 따른 항공이용 형태 변화 추정에 한계가 있어 반영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상도민회의 측에서 제주관광공사의 빅데이터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 고령층부터는 제주 방문율이 60대 13.8%, 70대 10.3% 등 다른 연령층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도민회의는 이같은 점을 토대로 분석했을 때, 2030년의 항공수요가 3100만 명까지 늘어났다가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2050년에는 2480만 명까지 감소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비상도민회의는 이를 언급하며 "공식 발표된 제주공항의 수용 능력이 연간 3155만 명임을 고려하면, 현재 제주공항 시설만으로도 장래 수요를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재 국토부의 계획대로 2035년 제2공항이 개항할 경우, 개항하자마자 쓸모없는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것이 분명하다"며 '유령공항'화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 제2공항 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2공항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비용편익(B/C)도 부풀려졌을 것이라는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이 B/C 수치는 1을 기준으로 1보다 높으면 경제성이 있고, 1보다 낮으면 경제성이 떨어지면서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계획에서의 제2공항 B/C는 1.154로 제시됐다. 경제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50년까지 항공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B/C 수치는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비상도민회의는 이같은 지적을 내놓으면서 국토부를 향해 현재의 저출생과 고령화 변수를 제대로 반영해 항공수요를 전면 재예측할 것과 B/C 산정의 항목과 산정방식, 근거 데이터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 등을 촉구했다.
아울러 제2공항의 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경제성검증 TF팀 운영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