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건설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주장은 명백한 허구
대형 국책 사업, 국민 혈세 투입에도 대부분 운영 적자·방치
국가부채 최고 수준, 표심 몰이 신공항 건설 재고해야
[시사저널e=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 대형 국제 행사와 공공 인프라 사업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란 주장은 오랜 시간 반복돼 왔다. 그러나 결과는 늘 냉혹했다. 영암 F1 자동차 경주대회와 무안국제공항,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여수엑스포 등의 국책 사업은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됐지만 대부분 운영적자와 방치 상태다.
별도 지원법까지 만들어 국비를 투입한 전남 F1 대회는 운영 적자가 급증해 7년 개최 계획을 채우지도 못하고 4년 만에 중단됐다. 인천시가 다시 F1 그랑프리 유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영암의 실패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인천 월미바다열차 사례도 마찬가지다. 853억원을 투입했지만 부실시공으로 개통조차 못 하고 방치하다가 11년 만에 혈세 183억 원을 추가 투입해 운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공공 인력 68명, 하루 이용객 600~1300명으로 매년 60억원의 적자가 발생 중이다. 공공기관의 사업 실적 챙기기가 반복된 셈이다.
지난해 용인 경전철 사업과 관련해, 당시 용인시장에게 214억원 배상 판결이 내려진 대법원 판결은 매우 중요한 선례다. 과장된 수요예측과 부풀려진 비용편익(B/C) 분석으로 추진된 공공사업에 관해 지자체장에게 민사책임을 물은 첫 사례다.
이는 그동안 수많은 국책사업이 타당성 용역보고서의 수치와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이며 지역경제 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이 상황에서도 새만금 신공항과 가덕도 신공항, 제주 제2공항,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경기국제공항 등 전국에서 신공항 건설이 경쟁적으로 추진 중이다. 지역경제 활성화·관광진흥·수출입 무역물류라는 구호가 난무하지만 실상은 매우 빈약하다.
새만금 신공항의 2019년 B/C는 0.479, 기준치인 1.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군산공항과 불과 1.3㎞ 떨어진 곳에 또 공항을 짓겠다는 것부터 비효율의 극치다. 공항·항만·철도·산업단지 등 인프라 건설의 전제조건은 이용객과 배후 수요가 충분히 확보되는 것인데, 전북 지역의 인구감소·고령화·산업기반 부족 등을 감안하면 수요 확대는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
제주 제2공항도 마찬가지다. 제주 관광은 이미 가격 상승과 중국 자본 철수로 침체 중이다. 청년층은 제주를 떠나 일본이나 대만, 베트남 등으로 여행을 떠난다. 성수기 여객 증가만을 기준으로 공항 수요를 산정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다.
세계 자연 유산인 제주도의 생태 훼손 우려와 천연동굴 지반 위험, 희귀 생물종의 멸종 가능성 등 꾸준히 제기됨에도 공항 추진은 계속된다. 지자체장과 정치권의 성과 집착, 토건 이익집단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항공 산업의 최근 현실을 보더라도 신공항 논리는 설 자리가 없다. 미국의 관세 강화와 생산기지 해외 이전으로 국내 수출량은 둔화되고 있다. 항공화물도 화물 기준으로 볼 때 감소세다. 고환율로 항공사가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는 실적 악화에 몸서리친다.
실적 악화일로에 항공사는 신공항에 노선을 배정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존재가치가 없는 셈이다. 한 시민단체에 따르면 현재 추진 중인 신공항 10곳의 수요 추정치는 연간 1억명 규모인데, 이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수요 부풀리기의 명백한 증거다.
현재 국내 15개 공항 중 11개가 만성 적자다. 과거 실패한 국책사업은 채무와 유지보수 비용, 인건비 부담만 남겼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전가됐다. 과거의 실패가 있음에도 신공항 건설 경쟁에 지자체가 몰두하는 현상은 위험천만하기까지 하다. 더욱이 지자체장과 공무원이 무리하게 추진한 신공항 사업이 실패할 경우 용인경전철 판례와 동일하게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소상공인·기업·가계·공기업·지자체·정부 부채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역 표심과 실적 욕심을 앞세워 신공항 건설에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무책임한 국가적 모험이다.
이제는 분명하게 목소리를 높여야 할 시점이다. 신공항 건설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주장은 허구라는 것을 말이다. 늦기 전에 정치적 선심 공약과 토건 이익 카르텔이 아닌 국가재정 안정과 미래 세대 보호를 기준으로 뚜렷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