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줄고, 나이 먹는데”...근거 없는 제2공항 ‘유령 수요’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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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도민회의 "저출생·고령화 외면한 수요예측, 비용편익 비현실적"

16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2공항 기본계획 경제적 타당성 분석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상의 수요예측과 경제성 분석이 허술한 전제 위에 세워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저출생·고령화 변수를 외면한 수요예측과 비현실적 가정에 기댄 비용편익(B/C) 분석이 맞물려 경제적 타당성 자체가 흔들린다는 주장이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16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2공항 기본계획의 수요 예측을 자체 검증한 결과 심각한 오류가 확인됐다"며 제2공항 사업 중단과 타당성 조사 재검토를 촉구했다.

비상도민회의는 먼저 기본계획의 수요 예측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항공 여객수요는 과거 일정기간 여객수요 실적을 토대로 GDP 성장률과 인구 등 장래 수요와 상관관계가 높은 변수를 적용해 예측한다.

2015년 수행한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에서는 10년 후인 2025년 방문객이 연간 3940만명으로, 2016년 제5차 공항개발종합계획에서는 연간 4179만명으로 예측했지만, 시기가 도래한 올해 실질적인 방문객 수는 3천만명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예상에 비해 무려 천만명 이상 밑도는 결과다.

이미 예측에서 어긋났지만, 2023년 기본계획에는 관광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 3568만명, 2040년 3833만명, 2050년 3974만명에 이르고, 2055년 4108만명으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 관측했다. 국제선(외국인) 수요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국내선(내국인)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봤다.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고령화 현상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국토교통부의 설명.

문제는 인구 변수 중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고령화 변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2016년 예비타당성 조사 당시에는 "60세 이상 인구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사회적인 활동성이 활발하지 못하다", "고령화 사회가 제주 방문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2023년 기본계획에는 "장래 인구 노령화는 연령구조에 다른 항공 이용행태의 변화, 이용행태의 추정에도 한계가 있어 반영이 어렵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입장과는 별개로 연령대별 제주 방문객 추이를 분석하면 고령층일수록 제주방문 비율이 급격하게 하락함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관광공사가 발간한 '제주도 관광실태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령대별 평균 방문율은 10대 49.31%, 20대 39.51%, 30대 36.51%, 40대 30.38%, 50대 24.89%, 60대 13.83%, 70대 10.27%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항공수요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근거다.

또 국가데이터처의 장래인구추계를 살펴보면 2024년 5175만명인 대한민국 총 인구수는 2070년 3718만명으로 줄어들고, 핵심 수요층인 10~40대의 경우 2568만명에서 1079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고령층 방문객의 절대치가 증가할 수는 있지만, 핵심수요층의 감소를 상쇄하지 못할 것이란 해석이 뒤따른다.

제주관광공사 관광실태 빅데이터를 근거로 한 연령대별 제주방문 비율. 고령화될수록 방문율이 하락했다. 

비상도민회의는 이 같은 통계를 고려할 시 제주공항 이용객은 2030년 3093만명, 2040년 2758만명, 2050년 2480만명까지 줄어들고, 2070년 이후에는 2000만명 미만으로 급감할 것으로 관측했다. 2050년을 기준으로, 제2공항 기본계획이 제시했던 예측치와 1360만명 가량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비상도민회의는 저출생·고령화 외에도 항공수요가 증가할 변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기본계획 예측 당시보다 잠재적 경제성장율 전망치가 하락했고, 기후위기 가속화 속에서 화석연료 규제가 강화돼 저가항공사 출혈경쟁이 지속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외국인 항공수요의 경우도 주변국 인구 감소와 전반적인 경제 침체기 속에서 가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찬식 비상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제주 관광시장은 2016년을 정점으로 고성장기가 종료됐고, 성숙·정체기에 접어들었다"며 "제2공항 기본계획의 수요예측은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경제성 분석은 비용은 줄이고 편익은 부풀리는 방식으로 과다 산정됐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타당성의 1차 지표인 비용편익(B/C) 역시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준치 1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는 사업으로 평가되는 B/C 분석에서 제2공항의 경우 사전타당성조사에서는 무려 10.58이라는 황당무계한 수치가 제시됐다가 예비타당성에는 1.23, 2019년 기본계획에서는 1.039, 2023년 기본계획에서는 1.154로 조정됐다.

2019년 발표된 제2공항 기본계획(오른쪽)과 2023년 제2공항 기본계획(왼쪽)에 제시된 편익. 개항연도 편익 합계가 큰 차이를 보였다.

박 위원장은 "편익 산정의 근거는 수요인데, 기본계획은 2058년까지 수요가 계속 증가한다고 전제해 편익도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산정했다"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한 B/C 역시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현 항공기 지체 현상은 항공기 연결 문제와 정비 등의 여타 요인이 작용한 것인데, 단순히 공항용량을 늘리면 항공기 지체시간이 줄어들 것이란 근거로 환산된 절감편익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2019년과 2023년 기본계획을 비교하면 항공수요는 감소하고 사업비 등 비용은 늘어나 B/C역시 낮아지는게 상식인데, 오히려 1.039에서 1.154로 높아졌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2019년 기본계획의 경우 개항연도 2026년도 편익을 1724억원, 2023년 기본계획은 개항연도 2029년의 편익을 3339억원으로 잡았는데, 3년 사이에 편익이 2배 가량 늘어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박 위원장은 "편익이 단 기간에 증가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데이터 조작의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부풀려진 수요 예측과 경제성 분석에 근거한 제2공항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공항 인프라 확충·개선 대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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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항공수요 지속 감소...타당성 없는 제2공항 백지화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