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반대투쟁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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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호 기자

10년의 세월 동안 변하지 않은 건 제주 제2공항 건설을 기어코 막아내겠다는 농민들의 결의였다. 제2공항 건설 계획이 알려진 직후 대상지 마을 곳곳마다 ‘제2공항 결사반대’가 적힌 노란 깃발이 나부끼기 시작했고 10년 세월의 풍파에 노란 깃발은 헤지고 색이 바래졌다. 농작업을 위해 또는 일상적으로 농민들이 타고 다니던 1톤 트럭에도 ‘제주가 사라진다. 제2공항 중단하라’ 등의 스티커를 붙였고 이 또한 오랜 세월을 지나며 시나브로 삭아버렸다.

깃발이 헤지고 스티커가 삭아도 ‘생존권을 지키겠다’고 나선 농민들의 의지는 쉬이 꺾이지 않았다. 특히, 제2공항 예정지로 알려진 성산읍 농민들은 일 년 열두 달, 농작업으로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성산읍 일대에서 제2공항 반대 1인시위를 지금껏 이어왔다.

지난 10일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 제2공항 반대투쟁 10년을 기념하는 농민대회가 열렸다. 이날의 대회를 위해 제주 동쪽 성산읍에서 그리고 서쪽 대정읍에서 농민들은 논밭을 갈아엎는 트랙터를 앞세워 도청까지 행진을 벌였다. 그 뒤로는 수십여 대의 차량이 ‘제2공항 결사반대’ 깃발을 나부끼며 순환도로를 내달렸다. 게다가 성산 농민들은 직접 상여까지 준비했다. ‘제주가 죽어간다. 제2공항 철회하라.’ 지난 10년간 ‘농민 생존권 사수’를 위해 목청껏 외쳐왔던 구호가 그대로 상여에 적혀 도청 앞에 도착했고 상복을 입은 농민들은 이를 불살라 제2공항 반대를 향한 자신들의 결의를 다시 한번 드러내 보였다.

10년 전 발표된 제주 제2공항 계획은 농민들에겐 ‘생존의 문제’ 그 자체였다. 공항 예정지의 3분의 1인 53만평이 농지였고 국책사업인 만큼 이 농지는 강제수용 대상이었다. 눈앞에서 농지를 강제로 빼앗길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농민들은 가만히 두고 보지 못했고 이에 10년 동안 거리로 나와 처절하게 싸웠다. ‘농사지을 땅도 없다. 제2공항 반대한다’는 외침은 단순히 구호가 아니라 어떡해서든 제주 농민들의 삶, 생존권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10년의 투쟁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제주 농민들은 다시 선언했다. ‘우리 농민의 역사는 투쟁과 항쟁의 역사였고 제2공항 반대투쟁은 제주를 살리고 제주 농민을 살리는 길이다. 이에 앞으로도 끝까지 싸워나가 제2공항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다’라고. 제주 농민들의 지난 10년 그리고 앞으로의 투쟁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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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반대투쟁, 농민에겐 ‘생존권’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