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서 도청까지 행진…상복 입은 제주농민들 “제2공항 막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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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발표 10년] “10년 전 박근혜 정부, 졸속으로 발표”
“장밋빛 아닌 제주에 재앙…주민투표로 도민의 뜻 물어라” 촉구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은 10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제2공항 건설 반대 집회를 열고 “제2공항을 반드시 막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제주의소리

‘2015년 11월10일’.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이 처음 발표된 지 꼭 10년이 지난 10일, 제주농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은 이날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제2공항 건설 반대 집회를 열고 “제2공항을 반드시 막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농은 이날 오전 9시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에서 출발해 제주도청까지 이어지는 차량 시위를 벌였다.

동진팀은 광치기해변에서 김녕해수욕장을 거쳐, 서진팀은 대정오일장에서 출발해 애월읍을 지나 각각 오후 3시 도청으로 집결했다.

트랙터와 차량 70여 대에는 ‘제2공항 반대’ 현수막이 걸렸고, 도청 앞에서는 상복을 입은 농민들이 상여(喪輿)를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10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상복을 입은 농민들이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며 상여(喪輿)를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만호 전농 제주도연맹 의장은 “2015년 11월 박근혜 정부가 도민 의견 수렴 없이 졸속으로 제2공항을 발표했다”며 “그 후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도민의 뜻을 묵살한 개발정책은 계속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공항 건설을 강행했지만 결국 국민의 뜻을 거스른 권력은 모두 물러났다”며 “이제 공은 제주도로 넘어왔다. 제주도정이 책임 있게 주민투표로 도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장은 “제2공항 예정지는 모두 농지와 밭이다. 공항이 들어서면 농민은 땅을 잃고 생계를 잃는다”며 “개발 광풍에 휩쓸린 도정은 저탄소·탄소중립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주도의 농민들이 다시 일어나 제주를 지켜낼 것”이라며 “이제 도민이 직접 제주의 미래를 결정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박찬식 제주제2공항저지비상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가 2015년 제2공항을 발표하면서 완공 시점을 올해로 못박았지만, 우리는 막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도민과 농민의 10년 투쟁이 제주의 땅과 자연, 공동체를 지켜냈다”며 “국토부조차 이제는 도민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한 만큼, 제주도지사가 결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철새도, 오름도, 숨골도 우리와 함께 싸워왔다”며 “제주의 농민과 도민이 함께 제2공항을 막아내고 지속 가능한 제주, 행복한 제주의 미래를 반드시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며 제주도청으로 행진하는 집회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은 10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제2공항 건설 반대 집회를 열고 “제2공항을 반드시 막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제주의소리

이날 전농은 결의문을 통해 “제2공항 계획은 정부가 말하는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라 제주의 재앙이 될 거라는 것을 하나씩 알게 됐다”며 “숨골, 자연동굴, 철새도래지, 소음. 셀 수 없는 많은 문제점이 차츰드러났으며 이것은 제주가 죽음에 이르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2공항 예정지의 3분의 1인 52만평이 농지였으며 국책사업이란 명목하에 그 농지를 강탈하려 했다”며 “여기에 더해 투기 세력들은 주변 농지를 사들이기에 급급했고 급기야 가짜 농민들이 진짜 농민인양 판을 치고 우리 지역 농민들은 그들의 농지에서 정부의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임차농으로 전락해야 했다”고 쏘아붙였다.

또 “이 기나긴 투쟁 속에 박근혜도, 문재인도, 내란 수괴 윤석열도, 대한민국 정부는 없었다”며 “원희룡도, 오영훈도 제주도정은 없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국민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의 경고에도 권력자들과 개발 자본세력, 투기세력은 다른 나라의 얘기인 양 제2공항 강행을 외치고 있다”며 “농민들은 여기에 굴하지 않고 그들과 맞서 당당히 싸워왔고 앞으로도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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