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공항 판결 뜯어보니…‘조류충돌-환경평가 부실’ 제2공항 논란 판박이
법원, 안전 문제로 행정 재량권 제한...대형사업 절차적 타당성 시험대
서귀포시 성산읍 앞바다의 새떼.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전라북도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사업이 법원의 판결에 따라 좌초 위기에 몰리면서, 제주 제2공항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환경영향평가 부실 문제와 조류충돌 위험성 등 새만금공항과 제주 제2공항이 유사한 구조적 문제를 떠안고 있다는 해석이 뒤따르면서다.
특히 안전과 환경을 이유로 사법부가 행정 재량권을 제한한 이번 판결은 한 지역의 공항 문제를 넘어 대형 국책사업 전반의 절차적 타당성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연스레 제2공항의 입지·적정성 문제가 맞닿을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는 지난 11일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소속 시민 1297명이 제기한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 적격은 부지 인근 주민 3명으로 한정됐지만, 재판부는 국토부의 행정 절차 전반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토부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조류충돌 위험과 생태계 파괴와 관련한 조사를 충분히 검토했다고 보기 어렵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지난해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의 주요 원인이 됐던 '조류충돌'과 관련 "새만금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은 국내 어느 공항보다 높다고 나왔는데도, 평가 모델을 일관성 없이 적용하거나 평가 대상 지역을 축소해 위험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판결문에 인용된 새만금공항의 조류충돌 위험도는 반경 13km에서 최소10.45467회, 최대 45.92930회, 반경 5km에서 최소 9.45467회, 최대 43.02930회로 제시됐다.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이 0.07225회인데 비해 새만금공항의 위험도는 최소 100배에서 최대 600배 이상 높게 나타난 결과다. 재판부는 "조류충돌 위험을 과소평가한 것은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사업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문에 인용된 조류충돌위험 횟수.
또 재판부는 "사업부지의 개발은 인접 지역에 분포한 법정보호종 조류 등에게 서식지 축소, 개체수 감소 등의 영향을 미칠 뿐더러 그와 연결된 서천갯벌의 자연환경 및 조류의 서식환경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악영향을 미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해당 지역 조류 보호와 관련해 국토부가 제시한 방안은 실효성이 없어 보이고, 사업부지가 지닌 근본적인 한계로 인해 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결과적으로 새만금공항 사업은 인근에 위치한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과 조류서식지 등에 악영향을 미쳐 생물다양성을 해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환경과 관련된 각종 법률, 상위계획,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와도 정면 충돌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새만금공항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 1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제주 제2공항의 논란과 궤를 같이 한다. 환경영향평가 부실 문제와 조류충돌 위험성 등의 문제가 맞닿으면서다.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는 제주 최대 철새도래지 벨트와 겹친다. 재2공항 예정부지 반경 3km에는 신산리와 오조리, 8km 반경에는 종달리와 신천리, 13km 반경에는 하도리가 위치해 있다. 모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산정한 '버드 스트라이크 존' 내에 위치해 있다.
국제적으로 조류 충돌의 약 99%가 비행 고도 2000피트(약 610m) 이해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다. 국내의 경우도 75.3%의 충돌 사고가 비행 고도 2000피트 이하에서 발생했다. 고도 2000피트를 공항 반경으로 역 산정하면 13km 이내 지역이다.
이에 제2공항 역시 조류충돌의 위험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제2공항 입지의 항공기-조류충돌 위험성평가 결과 TPDS(연간 피해를 주는 조류충돌 건수)는 최소 4.61에서 최대 14.32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기존 제주국제공항 1.72에 비에 적게는 2.7배, 많게는 8.3배에 달하는 수치다. 2008년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공항 충돌 피해건 결과를 토대로 연간 피해를 주는 조류 충돌 예측 결과,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에 비해서도 최소 1.6배에서 최대 4.96배까지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인근 철새도래지. 반경 13km 이내에 제주섬 동쪽 철새도래지 벨트가 맞닿아 있다.
또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제2공항 후보지 인근에서 발견된 172개 종 중 39종만 평가에 반영되면서 위험성이 높은 종들의 위험성을 낮게 평가하고, 전체적으로 조류충돌 위험성을 대폭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생물다양성을 별개로 둬도 동굴·숨골 등의 조사 역시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문제 제기 역시 꾸준하다.
현재 제2공항은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평가가 부실하게 진행되거나 환경영향이 축소될 시 새만금공항과 법적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2공항은 이미 과거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부에 의해 반려 처분을 당한 경험이 있다.
새만금공항 판결과 관련 국토부는 "판결문을 면밀히 살펴보고 향후 대응방향을 결정하겠다"고 신중론을 폈고, 전라북도는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안전을 이유로 대규모 개발 사업의 기본계획을 취소한 전례는 국책사업 전반에 파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필연적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이 미칠수 밖에 없는 제2공항 역시 황색 경고등을 마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