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예측 과다 산정→전국 공항 적자’ 제주 제2공항 영향 가능성은?
감사원 ‘지방공항 건설사업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국토부에 ‘주의’ 의견
항공 수요예측치가 과다 산정돼 여객수요 예측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제주 제2공항을 비롯한 전국에 추진중인 공항 건설사업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감사원은 ‘지방공항 건설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에 추진중인 8개 공항 건설사업(제주 제2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중 울릉공항과 흑산공항, 새만금공항을 감사 대상으로 삼았다.
감사는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14개 지방공항의 지속적인 운영 적자 문제로 시작됐다. 14개 공항은 제주·김포·김해·청주·대구·양양·무안국제공항과 광주·군산·사천·여수·원주·포항·울산공항이다.
제주공항과 김포공항, 김해공항 등 3곳에서만 수익이 나고, 나머지 11개 공항에서 10년째(2015~2024년) 적자가 발생한 배경에 대해 감사원은 수요예측 실패를 꼽았다.
가장 최근에 개항한 무안공항(2007년 11월 개항), 양양공항(2002년 4월 개항)의 경우 당초 수요예측 대비 실제 이용객이 각각 8.6%, 12.5%에 그친다.
당초 국토부는 2020년 기준 양양공항 여객수를 305만명으로 예측했지만, 양양공항의 최대 여객수는 2022년 38만명에 머물러 10년(2015~2024년) 누적 적자가 1447억원에 이른다.
무안공항도 2020년 1037만명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수요 최대치가 2019년 89만명에 그쳐 누적 적자가 1679억원에 달한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가 수요예측의 신뢰성과 지방공항 운영의 재무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같은 방식’으로 제2공항을 비롯한 신규 지방공항 건설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한국공항공사의 재무 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선 여객수요 예측은 ‘통행발생-통행분포-수단분담-통행배정’ 등 4단계로 나눠 모형화하는 전통적인 추정방법이 적용되고 있다. 과거 항공 여객수요 실적과 상관관계가 높은 변수(GDP, 성장률, 인구 등)를 분석해 장래 항공수요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감사원은 항공 여객수요 예측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수요예측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제 여객수요로 인해 공항 적자 운영이 시작됐다는 취지다. 여객수요 때 고속도로 확충, 철도 확충 등 다른 교통수단을 고려하지 않아 수요예측치가 과다하게 산정됐다는 얘기다.
감사원이 각 공항의 적자 운영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항공 수요예측 과다 산정으로 꼽았다. / 감사원 감사 결과 갈무리.
제주처럼 ‘섬’ 지역인 울릉공항과 흑산공항 추진 과정에서 미래의 해운 여객수요 예측도 이뤄졌다. 하지만, 국토부와 해양수산부의 예측치가 달라도 조정되지 않았다.
실제 항공기와 여객선을 포함한 총 여객수요에서 2040년 기준 국토부 예측치가 해수부 예측치보다 높았다. 공항이 생기면 해운 여객 수요가 항공기 여객으로 이동한다고 단순히 규정하면서 울릉공항은 13~41%p, 흑산공항은 30~40%p 높게 공항 여객수요 예측치가 과다 산정됐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과학적인 통계모형을 도입하는 등 분석방법을 개선하고, 울릉공항과 흑산공항에 대한 여객수요 재산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제주 제2공항 등 추진되는 사업에서 여객수요가 과다하게 산정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의’ 의견을 제시했다.
전국에 새롭게 추진되는 지방공항은 제주 제2공항을 비롯해 총 8곳이다.
울릉공항이 시공중이며, 흑산공항과 새만금공항이 실시설계 단계에 있다. 다만, 새만금공항은 최근 1심 법원에서 기본계획 취소 판결이 나와 사업 백지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1심 패소 이후 국토부는 항소를 결정, 2심 재판부로 사건이 넘어갔다.
제2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은 기본계획 수립·고시가 이뤄졌으며,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 3곳은 기본계획 수립 단계에 있다.
2024년 기준 제주공항 이용객은 2962만명으로, 활주로 이용률은 91.4% 수준이다. 더해 제2공항은 2055년 199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사업비는 5조4532억원이다.
2015년 제주 제2공항 신규 건설 계획을 발표할 당시 국토부는 제주 항공기 여객수요를 2020년 3502만명, 2025년 4179만명, 2030년 4577만명으로 전망한 바 있다.
2020년의 경우, 제주를 오간 항공기 여객은 2683만5222명 수준이다. 당시는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다.
국토부가 4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 2025년 올해 상반기까지 제주 여객은 1354만4925명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1460만4669명)보다 줄어 올해 총 누적도 3000만명 언저리로 예상된다. 2016년 상반기 1435만명보다도 줄었다.
수요예측 과다 산정은 제2공항 갈등 과정에서 여러차례 언급돼 왔고, 국토부는 지난해 기본계획 고시 때 제주 전체 항공 여객을 2055년 4108만명으로 예측했다.
제주는 항공 여객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기존 공항에 더해 제2공항까지 추진되는 지역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감사원이 항공 수요예측치가 과다 산정됐고, 새롭게 추진되는 사업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돼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기존 공항으로 미래 항공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제2공항 반대 측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